한국의 우수 연구자
김현중 (Kim Hyun Jung) Ph.D
텍사스대 오스틴(UT Austin), 의공학과
Intestinal barrier dysfunction orchestrates the onset of inflammatory host-microbiome cross-talk in a human gut inflammation-on-a-chip., Proc. Natl. Acad. Sci. U.S.A., 2018, 115 (45), E10539-E10547.
『장의 장벽기능 손실에 따른 염증성 숙주-미생물 상호작용 구현을 위한 인간 장 염증 모사칩 개발』
  


1. 논문내용의 간략한 요약

 

인간의 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복잡한 세포간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장기 중 하나로, 1조 마리가 넘는 장내 미생물이 사람세포와 직?간접적으로 끊임없이 소통하며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에 큰 공헌을 합니다. 이러한 복잡계는 연구자로서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장질환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모델 개발은 더디게 이루어져 왔습니다. 일반적인 세포주 실험은 세포-미생물 간 상호작용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동물 실험은 인간과 확연히 다른 생리학적 구조, 기능, 장내 미생물 분포 등으로 인해 동물 모델의 효용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인간 생체모사칩(human organ-on-a-chip)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인간 장 염증 칩(human gut inflammation-on-a-chip)을 개발하여 생체모사칩이 질병 메커니즘 연구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제시하였습니다. 먼저, 인간 장 상피세포의 삼차원 구조를 생체모사칩에 구현한 후, 실험용 쥐의 장염을 유발할 때 흔히 쓰이는 dextran sodium sulfate(DSS)가 사람 장 상피세포의 장벽기능을 선택적으로 망가뜨리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발견을 기반으로, 장벽기능이 잘 유지되었을 때와 DSS를 처리하여 물질 투과가 비정상적으로 일어나도록 장벽기능 손실을 유발했을 때 각각 미생물-상피세포-면역세포 간 상호작용을 다양한 조합으로 유도하고, 어떤 인자가 주도적으로 염증을 유발하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leaky gut syndrome”처럼 장벽기능이 망가져 미생물이나 미생물 내독소(lipopolysaccharide, LPS)가 면역세포와 직접 상호작용을 할 때에만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장내 유익균인 유산균 역시 장벽기능이 튼튼하게 유지될 때에만 효과를 보이고, 상피세포층의 장벽기능이 손상된 경우 오히려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검증하였습니다. 본 논문은 생체모사칩을 이용해 장벽기능 유지가 장내 환경 항상성 유지와 면역 반응 조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자라는 것을 규명한 첫번째 연구 논문입니다. 특히, 기존의 동물모델이나 세포배양법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현상을 장 모사칩을 이용하여 메커니즘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본 논문의 의의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2. 연구과정에서 나누고 싶은 내용

 

(국제 공동연구 시 연구자들과 활동하시면서 느끼신 점, 자부심, 보람 등)

본 연구는 초기에 논문의 골자를 짜는 과정에서 예측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적잖이 당황했던 실험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DSS가 상피세포의 생존율(viability)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상피세포가 산화 스트레스를 받음에도 염증 반응으로 이어지지 않는 결과들이 그 예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논문의 주저자인 신우정 박사(당시 박사과정 2년차)와 여러 날 머리를 맞대고 수많은 검증 실험들을 수행하면서, 오히려 뜻하지않게 발견한 결과들이 논문의 큰 틀을 아우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신우정 박사를 독려해가며 논문을 완성해갔던 즐거운 기억이 있습니다. 고단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학생 스스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시인 Robert Frost가 “담장을 고치며Mending Wall”이라는 시에서 나누었던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라는 구절과 본 연구의 새로운 발견들이 잘 맞닿아 여러 언론 매체, 학술대회 및 심포지엄에서도 각광을 받으며 연구 내용을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점차 진행하면서도 다른 실험 모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미있는 결과들을 관찰하며 생체모사칩의 효용성을 직접 검증하게 되어, 의공학자로서 의미 있는 경험이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

 

저희 연구실(Biomimetic Microengineering Laboratory)은 생체모사칩을 이용해 기초과학이나 의?약학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에 답을 하고자 수많은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만성 염증성 장 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이나 대장암(colorectal cancer, CRC)과 같은 위장관계 질병을 모사하고, 특히 장내 미생물이 장 질환의 발병이나 치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혹은 더 나은 치료법을 모색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환자간 차이를 반영한 질병 환경을 모사하기 위해 임상의 선생님들과 협업 연구를 진행하며 환자 상피세포, 면역세포, 장내 미생물을 환자로부터 직접 얻어 환자 특이적인 생체칩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상피세포의 경우, 재생의학적 관점에서 오가노이드 배양 기술을 응용하여 환자 유래 조직 샘플들을 연구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 내 환경을 어떻게 더 잘 모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의공학적 활용도를 높인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다학제적 접근 방법을 통해 장 질환의 이해와 치료에 실마리를 찾아나갈 수 있길 희망해봅니다.


 

4. 끝으로 후배 연구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과학분야의 우수 연구자를 추천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가장 먼저, 연구를 진행할 때 끈기를 가지고 임하시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네들 하는 일이 거의 90%는 (혹은 그보다 더 많이) 실패하거나 실수하거나 다른 기타 등등의 이유로 잘 되지 않는데, 그렇게 수많은 실패가 있고 왜 잘 되지 않았는지를 고민해야 더 짜임새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관성 있는 관점으로 당면한 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골몰히 고민하다보면, 그 문제는 반드시 풀릴 거라는 믿음도 가지시길 바랍니다. 당장 잘 안된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지도교수, 동료 연구원들, 본인과 분야가 다른 연구원들과 끊임없이 연구 이야기를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자칫 본인이 짜 둔 울타리 안에 갇히기 쉬운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는지, 본인도 생각하지 못했던 내 연구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소통은 늘 많은 걸림돌들을 치우거나 없애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믿습니다.


 





2021-04-19 오전 12:00:00 조회수 : 523